동희(도우)의 얼굴 상처에 약을 발라주던 호태 (원태민)의 귀가 빨갛게 달아오른다. 짝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제 마음의 행로조차 가늠하지 못하는 서툰 소년의 연정이 드러나는 순간. 실은 당황하면 귀가 빨개지는 것이 배우 원태민의 습관이기도 하다. 드라마 <비의도적 연애담> 속 호태-동희의 과거 이야기인 영화 <내 손끝에 너의 온도가 닿을 때>는 이처럼 배우의 원래 모습이 인물에게 겹쳐 보이는 순간이 있어 원작 팬에게 과몰입을 불러온다. <비의 도적 연애담>에 이어 스핀오프도 집필한 신지안 작가가 배우들의 평소 모습을 투영한 덕분이다. “호태, 동희의 못다 한 이야기를 보여줄수 있겠다 싶어 영화 제작 소식을 듣고 진짜 좋았죠.” 호태의 과거를 상상해 노트에 적어보기도 했던 원태민은 고등학생 호태를 연기하기 위해 살을 빼고 외형에 변화를 줬다. 촬영 회차는 짧은 반면 분량이 대폭 늘어났기에 부담도
컸다. 차분한 과거의 동희를 연기하기 위해 도우는 머리를 기르고 감정선을 무겁게 잡아야 했다. “고등학생 동희는 심리적인 아픔이 많아서 좀 힘들었어요. 태민 형한테 의지를 많이 했어요 컷 소리가 나면 형이 와서 막 웃겨줘서, 호태가 태민 형이라 정말 다행이었어요.” (도우) 호태는 동희를 좋아하는 마음을 애써 부정하면서도 눈으로 동희를 좇는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대형견 같은 호태와 어른스럽고 차분한 동희의 과거가 동해를 배경으로 풋풋하게 펼쳐진다. “동희는 호태를 오래전부터 좋아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걸 인정해버리면 그 고된 마음이 호태한테 번질 것 같아서 참는 거죠.”(도 우) 넘실대는 마음을 눌러담는 도우의 연기를 보며 원태민도 감탄했다고. 반면 호태는 개구 쟁이 같다가도 확 변모해 진지해지는 포인트를 살리고 싶었다. “호태가 장난을 치다가도 갑자기 동희한테 존댓말을 써요. 호태가 진지해지는 순간은 주로 동희한테 진심을 표현할 때거든요. 단순한 애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 어요. 호태가 장난도 잘 치고 반항기도 있지만 동희에 대한 마음까지 가벼운 건 아니거든요.” (원태민)
드라마 종영 후에도 <비의도적 연애담> 4인방이 친하게 지내는 까닭에 차서원, 공찬에게 스핀오프 제작을 자랑하기도 했다. “우리 커플이 인기가 더 많아질 수도 있다고 단체 채팅방에서 장난도 쳤어요.”(원태민)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췄음에도 영화 촬영 전 따로 만나 합을 맞췄다. “감독님 작업실에 모여 여러 번 동선과 대사 톤을 맞췄어요. 감독님이 이런 영화를 보고 오면 좋겠다 하고 숙제를 내주시기도 하고요.” (도우) 특히 애정신에서 실수를 줄이기 위해 인물간 동선을 치밀히 준비했다고. “제가 리드를 해야 하는데 촬영 전에는 집 내부를 모르니 동선을 준비해갔어요. 우리가 이 영화를 ‘종합선 물세트 같다’고 하거든요. 그게 애정신에 대한 자신이기도 한데 저랑 도우, 그리고 촬영감독 님의 호흡이 정말 잘 맞았어요. 무엇을 기대해도 그 이상”(원태민)일 거라며 웃는다. <일리 있는 사랑> <여자를 울려> <우리 갑순이> 등 드라마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도우는 군 제대 후오히려 조급함이 줄었다고 한다. “데뷔가 빨랐던 탓인지 이전에는 조급함도 있었어요. 그런데 ‘나는 배우를 너무 사랑하고 이걸 평생 할거니까 천천히 오래 하자’”라고 마음을 다잡았고, 인물의 감정을 오래 품을 수 있었던 이번 영화가 그만큼 소중했다. “작은 역할들은 그 순간에 집중하면 됐는데 동희는 더 오래 감정을 가져갈 수 있어서 좋았어요. 부모와의 관계, 호태에 대한 마음, 미래에 대한 고민 등 이런 것들을 구체적으로 만들 수 있어서 더 애정이 가요.” 물론 촬영이 끝나면 아쉬움이 남는다. “집에 가면 ‘아까 이렇게 해볼걸’ 하고 후회하지만 그 고민으로 성장하자 생각해요.” <수사반장 1958>에서 배우 남성훈 역할을 맡은 도우는 출연 분량이 이번 주일부터 방영된다며 걱정반 기대 반의 마음을 드러낸다. 공대를 다니다 뒤늦게 진로를 바꾼 원태민은 연극무대 위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면서도 처음 연기했을 때의 열망과 불안이 미열처럼 자리한다.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24살 때 연기를 시작했는데 선택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좋아하는 일을 찾아냈음에도 불안했죠. 하지만 최선을 다하면 그걸 누군가가 봐주시더라고요.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온다는 그런 다짐을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