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유수연 기자] 안중근 의사와 그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 저격 사건을 다룬 영화 '하얼빈'이 탄핵 정국에 '맞춤 영화'로 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감독이 작두를 탔다"라는 이야기까지 쏟아지고 있다.
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 제공/배급 CJ ENM,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안중근 역의 현빈부터 우덕순 역의 박정민, 김상현 역의 조우진, 공부인 역의 전여빈, 모리 다쓰오 역의 박훈, 최재형 역의 유재명 그리고 이창섭 역의 이동욱이 출연을 결정했다. 게다가 연출에는 '남산의 부장들', '마약왕', '내부자들' 등의 감독을 맡았던 우민호가 합류하며 '웰메이드' 작품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냈다.
뚜껑을 열어 본 '하얼빈'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묵직한 분위기로 이어가는 독립 투사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는 물론, 관람이 아닌 '체험'을 선사하는 화면 연출이 만족감을 안겼다.
물론, 불의에 항거하던 영웅임과 동시에 '평범한 청년'들의 숭고한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이미 '하얼빈'의 개봉 시기는 의미심장하다. 비상계엄을 선포 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촉구를 위해 거리로 나간 평범한 국민들의 모습이 이들과 겹쳐 보이기 때문. 하지만, 이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마치 현 시국을 예상한 듯한 '신들린 대사'의 향연이었다.
극 중 최종 빌런인 이토 히로부미(릴리 프랭키 분)가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 안중근(현빈 분)과 독립 투사들의 이야기를 듣자, "(조선인들은)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단 말이지"라며 마치 현 국민들의 모습을 들여다보듯이 이야기한다.
그런가 하면, 극 말미에 깔리는 현빈의 내레이션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현 시국과 맞닿아있어 충격을 자아냈다. 앞도, 끝도 보이지 않는 얼어붙은 강을 횡단하는 현빈의 모습과 함께, "불을 들고 어둠 속으로 나아갈 것이다"라는 현빈의 결연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나라를 위해 끝까지 나아가겠다는 독립 투사들의 의지와 함께, 어두운 거리서 빛을 밝히며 집회에 나선 국민들을 떠올리게 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와 관련해 우민호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아내가 내게 '작두 탔냐?'라는 말을 하더라. 예상을 전혀 하지 못한 부분"이라고 해명하며, "토론토영화제에서 지난 9월에 월드 프리미어 했고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안중근의 내레이션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사실 안중근 장군이 했던 말을 중심에 두고 앞뒤를 내가 채운 내레이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촬영을 다 마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추가한 내레이션이었는데 그 대사를 쓸 때가 2024년도 새해 벽두였다. 지난 1월 1일에 자다가 일어나서 영감을 받았다, 갑자기 내레이션을 보강해야겠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렇게 10분도 안 걸려 대사를 추가했다"라며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라고 비하인드를 전해 '소름'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