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현빈, 시국 관련 "이걸로 끝이 아니라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 [인터뷰M]

3377TV정보人气:146시간:2024-12-22

영화 '하얼빈'의 안중근으로 변신한 배우 현빈을 만났다. 현빈은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을 만든 우민호 감독과 함께 몽골, 라트비아 등에서 해외 로케이션을 진행하며 100여년 전 독립군들의 독립 루트를 재현해 냈으며 이 영화로 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여러 번 거절 끝에 안중근의 연기를 받아들였다는 현빈은 "저한테 제안을 주실 때 한 번도 똑같은 책을 주신적이 없었다. 우민호 감독이 제안을 해 주실 때마다 시나리오를 조금씩 고쳐주셨고 현장에서도 더 좋은 게 없을까 하시며 계속 디테일을 찾아 수정하시더라. 책을 보면서 동시에 안중근 장군의 자료도 찾아보았는데 저도 안중근 장군이 궁금해지고 감독님의 열정과 에너지와 저에게 보내는 신호 등이 복합적으로 맞아떨어져서 수락했다"며 안중근을 연기하는 게 부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수락했음을 알렸다.

우리가 역사 공부를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안중근 장군이었다. 11명의 독립운동가들과 약지를 자르는 단지동맹회를 하여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며 '코레아 우라'라고 수 차례 외친 인물이다. 안중근 장군을 이야기하는 영화지만 '하얼빈'에서 보여준 안중근 장군은 지금까지 알던 모습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현빈은 "처음 초점을 맞춘 건 이 분이 독립투사이고 조국을 위해 한 몸 던지겠다고 결정을 했지만 거사를 치르러 가는 과정 중에 인간으로서 두려움은 없었을까였다. 신아산 전투 이후 동지들과 균열이 발생했을 때 본인의 선택과 결정에 후회나 미안함은 없었을까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런 마음을 어떻게 관객에게 전달하면 좋을까를 생각했다."며 피도 눈물도 없는 독립투사가 아닌 고뇌와 외로움, 두려움이 있는 30세 안중근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여주려 했다며 설명했다.

이런 생각이 있었기에 작품 속 안중근의 모습은 상당히 외롭고 고립되고 힘들어 보였다. 그는 "안가에서 최재형(유재명 분)과 대화하는 장면이 원래는 의자에 앉아서 이야기하는 씬이었다. 그런데 그날 세트장에 들어가서 보니 구석의 그늘진 곳에 안 보이게끔 완전히 웅크려 있는 모습이 그의 감정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더라. 그래서 감독님께 아이디어를 드리고 장면을 바꿨다. '하얼빈'은 그런 작업들의 연속이었다. 공간 안에 들어가서 더 나은, 다른 것을 찾아내려 했다."며 인간적인 표현을 위해 현장 분위기의 도움을 많이 받았음을 알렸다.

이창섭(이동욱 분)과 술 한잔 하는 장면도 현장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시나리오에서는 없었는데 감독님이 오전에 그 씬에 대한 대사와 상황을 주셨다. 리허설을 한두 번 하고 바로 들어간 씬인데 저도 그렇고 이동욱도 좋아하는 씬 중의 하나다. 전날 밤에 감독님이 밤새 생각하시곤 추가되어야 할 것 같다고 하셨는데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사사로운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는 않지만 담담하게 공감하는 느낌을 준 씬이라 생각한다."며 해당 씬의 과정과 내용을 밝혔다.


어쩌면 배우 입장에서 완성된 시나리오가 아닌 계속 수정, 보충되는 시나리오로 연기한다는 게 힘든 일일수도 있었을 것. 그런데 현빈은 "그런 데서 오는 신선함도 있다. 저는 우민호 감독의 그런 지점을 높게 산다. 작품에 임하는 생각, 열정, 에너지가 어마무시하다. 그런 열정이 있으니 계속해서 영화를 생각하고 놓친 건 없는지, 과하진 않았는지 끊임없이 채우거나 걷어내기를 하시는 것 같다. 현장에서도 밤에 현장 편집본을 보며 매일 밤 고민하시는 것 같더라."며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한 과정이기에 오히려 좋게 받아들인다는 말을 했다.

영화의 엔딩 부분에 나오는 안중근의 내레이션은 독립이 된 지 10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우리의 마음에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이 내레이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니 그는 "이 영화 자체의 최초 목표는 시원한 한방, 시원한 결과가 아니다. 독립군의 여정과 길을 보여드리고 싶어 했던 영화다. 이 거사로 인해 독립이 됐다는 게 아니라 거사가 밑거름이 되어서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관객들도 지금 현실에서의 일도 이걸로 끝이 아니라 계속 한발 한발 나아가야 한다는 걸 느껴주셨으면 좋겠다."며 교감하고자 했던 부분을 한 번 더 강조했다.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되었고, 올 겨울 대작이자 기대작으로 꼽히는 '하얼빈'이기에 현빈은 "부담이 있다"며 심경을 고백했다. "영화가 가지는 의미도 크고 영화 시장에서 관객이 줄어들고 있기에 그런 부담도 있고 뒤에서 고생하신 분들이나 투자하신 분들께 실망을 안겨드리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든다. 극장에서 이 영화가 내려갈 때까지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며 자신의 어깨 위에 올려진 짐의 무게를 이야기했다.

현빈은 "작은 화면으로 콘텐츠를 볼 수 있는데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이유를 만들고 영화관에서 즐길 수 있는 매력을 중점적으로 만들어보고자 한 게 '하얼빈'이다. 혹시라도 작은 화면으로 보시는 분들이 극장에 와서 전혀 다른 느낌을 느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성공이라 생각한다."는 말로 관객들에게 '하얼빈'의 매력을 어필했다.

영화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으로 12월 2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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