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성수 감독, 현빈, 권해효 / 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김도형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이 혼란을 거듭하는 가운데 지난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며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그럼에도 영화계 인사들의 시국, 소신 발언은 멈추지 않고 계속된 한 주였다.
먼저 영화 '서울의 봄'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제11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시상식에서 '서울의 봄'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단상에 오른 김 감독은 윤 대통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이 어처구니없는 친위 쿠데타를 벌이고 사람들이 뛰쳐나와 국회로 가고, 전국 각지에서 젊은 사람들이 탄핵을 찬성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이 왜 이 영화를 많이 봐줬는지 깨달았다"고 했다.
탄핵 집회를 봤다면서 "요즘 젊은 사람들이 정의감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았다"며 "이런 위대한 관객들을 맞이해 어떤 방식으로 말을 걸고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나 걱정이 앞서지만 새로운 시대, 새로운 관객을 맞이하는 흥분감도 있다"도 강조했다.
오는 24일 개봉을 앞둔 '하얼빈' 출연진들의 발언도 주목받았다. 먼저 우민호 감독은 '하얼빈'이 대통령 탄핵 정국을 또 한 번 겪고 있는 현 시국 관객들에게 소중한 위로가 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지점에 대해 "정말 위로가 되고 힘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가 지금 비록 혼란의 시대를 관통하고 있지만,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 믿고 자긍심을 느끼셨으면 한다"고 의미 있는 마음을 건넸다.
현빈 역시 "영화에서 안중근 장군과 동지들은 어떤 역경이 와도 신념을 갖고 한 발 한 발 나아간다. 결국 좋은 결과를 만들었듯, 지금 또한 힘을 모아 한 발 한 발 내디디면 더 나은 내일이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해외에 나가는 '하얼빈' 포스터에 'For a better tomorrow'라는 문구가 있다. 지금 우리에게 굉장히 의미 있는 문구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이 영화를 보고 용기와 희망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이하 '보고타')에 출연한 배우 권해효도 취재진 앞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영화적 상상력이 현실 앞에서 압도당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보고타'는 사람을 기억하는 영화로 기억되길 바란다. 저도 그렇게 기대하면서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했다. 최근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혔다.
과거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 때도 의지를 굽히지 않고 더욱 연대하며 목소리를 높인 영화계이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영화인들은 지난 5일, 13일 2차례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2차 때는 1차 성명보다 참가자가 2배 이상 늘어난 6,388명이었다. 총 80개 단체가 서명했는데, 봉준호, 박찬욱, 장항준 감독 및 배우 송강호, 황정민, 문소리 등도 참가해 힘을 보탰다.
윤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지만, 그뿐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수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분주히 움직이는 헌법재판소이지만, 심판까지도 얼마나 걸릴지 예상하기 어렵다. 혼란의 시간이 지속될수록 영화계의 이러한 목소리는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