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얼빈'의 안중근으로 변신한 배우 현빈을 만났다. 현빈은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을 만든 우민호 감독과 함께 몽골, 라트비아 등에서 해외 로케이션을 진행하며 100여년 전 독립군들의 독립 루트를 재현해 냈으며 이 영화로 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역사가 스포인 이 영화에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안중근이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하는 장면일 것. 영화 '하얼빈'에서 보여준 저격 장면에는 안중근의 클로즈업 씬이 없었다.
이런 장면에 대해 현빈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할 때의 안중근의 얼굴 등은 쉽게 상상하셨을 텐데 애초에 배제하고 찍었다. 다 알고 있는 장면이어서 오히려 목소리를 더 외쳐서 다른 표현을 하고 싶었다. 저는 그 장면을 좋아한다. 만약 잘 모르는 상황이라면 추가적인 샷이 필요했을 텐데 그 상황은 그렇게 그려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생각을 드러냈다.
그는 "이 영화는 시원한 한방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아니다. 실제 거사를 치르고도 35년 후에야 독립이 된다. 작품 속에서 공부인에게 "노서아 말로 대한독립만세를 어떻게 말하냐"라고 물어보는 순간부터 '코레아 우라'는 함성이 최대한 많이 멀리 퍼져나가길 바랐다. 목이 찢어지더라도 더 많은 사람이 들어주길 바랐다. 암전이 끝나고 코레아우라 한마디가 안중근의 얼굴보다 더 잔상에 오래 남기를 바라며 소리를 질렀다"며 어떤 생각으로 해당 장면을 연기했는지를 이야기했다.
조선을 침략한 '늙은 여우' 이토 히로부미 역할은 일본 배우 릴리 프랭키가 맡았다. 일본인으로서 일본의 아픈 역사의 주인공을 타국의 영화에서 그려내는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릴리 프랭키의 용기와 도전에 관객들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것.
현빈은 "처음 현장에서 봤을 때도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쉬운 결정이 아니셨을 텐데 우리 작품을 함께 해주신 것이 감사했다. 촬영이 끝나고 연기하신 걸 보면서도 감사했다. 정말 대단한 배우라는 걸 또 한 번 알게 되었다. 같은 공간에서도 연기하며 상황을 아 루르는 게 대단한 분 같더라. 너무 좋았다"며 릴리 프랭키의 출연을 감사해했다.
그러며 "어제 릴리 프랭키가 우리와 같이 무대인사를 돌았는데 저도 '혹시 일본에서 개봉된다면 반대로 내가 가서 무대인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일본에 항거한 영화 '하얼빈'으로 일본 개봉 시 무대인사를 갈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현빈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으로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다. 한류 배우인데 '하얼빈' 영화인 데다 일본의 수장을 저격한 안중근 역할을 연기했음에도 일본 무대인사가 걱정되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그런 우려는 주변에서 더 많이 하더라. 저는 이 영화가 우리나라의 아픈 기억이고 그럼에도 잊으면 안 되는 기록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배우로서 우리나라를 이렇게 자리 잡게 만들어주신 분을 연기한다는 건 감사한 일이고 영광스러운 일이다. 한류스타의 위치 때문에 고민한 건 1도 없었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며 "그전에 일본에서 안중근을 다룬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제안이 들어온 적도 있다. 일본 안에도 생각이 다른 분들이 계신 것 같다"라며 일본의 제작사로부터 일본에서 안중근을 다룬 영화를 만들고 싶은데 안중근으로 출연할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받았음을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영화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으로 12월 2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