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소설가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 수상이 아쉽게 불발됐다. 수상작은 동독 출신의 작가 예니 에르펜베크의 ‘카이로스’다.
21일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심사위원단은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자로 에르펜베크의 ‘카이로스’를 선정했다. 번역은 독일의 시인이기도 한 미하엘 호프만이 맡았다.
‘카이로스’는 1980년대 말 베를린 장벽이 붕괴하던 시점을 배경으로 두 연인의 여정을 그려냈다. 소설을 쓴 에르펜베크는 1967년 동베를린에서 태어났다. 오페라 연출가이자 감독, 극작가로도 활동해왔다. 독일 작가로는 최초의 수상이다. 에르펜벡은 2018년 부커상 1차 후보(롱리스트)에 오른 바 있다.
심사위원단은 “1980년대 동베를린의 젊은 여성과 나이 든 남자 사이의 파괴적인 불륜을 다루고 있으며 두 연인은 동독의 무너진 이상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희망과 실망에 대한 성찰인 이 소설은 자유와 복종, 사랑과 권력에 대한 복잡한 질문을 던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름답고도 불편하고 개인적이면서도 정치적이기도 하다. 에르펜베크는 운명과 선택의 본질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세대를 정의하는 정치적 발전과 파괴적이고 잔인하기까지 한 사랑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도록 한다”고 평했다.
비영어권 작가들의 번역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내셔널 부문은 2005년 신설됐다. 작가와 번역가는 상금 5만 파운드(약 8500만 원)를 나눠 가진다.
수상 불발 소식이 알려진 후 황석영은 “(한국 독자들이) 속상해할 것 같다. 더 열심히 쓰겠다”라고 다음을 기약했다. ‘철도원 삼대’는 구상부터 집필까지 30년이 걸렸다. 철도원 가족을 둘러싼 이야기를 통해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한반도의 역사를 조명한다. 황 작가는 2019년 ‘해질 무렵’으로 같은 부문 1차 후보에 오른 바 있다.
현정민 기자 mine04@sportsworldi.com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