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하이지음스튜디오[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배우 송중기(39)에게 2024년은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됐다. 지난 11월 사랑하는 둘째 딸을 품에 안았고, 바로 다음 달엔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을 오랜 기다림 끝에 선보이게 됐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이하 '보고타')은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송중기)가 한인 사회의 실세 수영(이희준), 박병장(권해효)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영화 '소수의견'의 김성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송중기는 "'보고타'가 올해 마지막 한국 영화라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오랜만에 인사드리는데 개봉하는 것만으로도 좋더라. 정말 겸손한 척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개봉이 오래 걸렸기 때문에 배우로서 책임감 있게 인사드리고 싶었다"고 떨리는 마음을 드러냈다.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에 대해선 "콜롬비아에서 올 로케이션 방식으로 촬영을 진행한다는 부분에서 끌림이 컸다"며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스페인어 대사가 많았고, 현지에서 촬영한 장면 중에서도 편집된 부분도 있었다. 이 작품은 내게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자극을 줬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못해볼 경험인 것 같았다. 또 김성제 감독님이 연출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여하고 싶었다. 감독님의 '소수의견'을 재밌게 봐서 이번엔 작품 규모가 더 커진 만큼, 밀도 있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스틸. 사진 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송중기는 극 중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을 꿈꾸는 청년 국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10대부터 30대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를 보여준 그는 "외적으로 따지면 국희가 현지 적응을 했을 때가 메인 구간이다. 그 구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일부러 프리 프로덕션 때 콜롬비아에 가고 싶다고 해서 제작진을 따라갔었는데, 현지 분들을 보면서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다. 예를 들어 머리를 짧게 자르자고 하던지, 귀걸이나 목걸이를 해봤는데 딱 귀걸이를 했을 때가 관객들에게 처음 보여드릴 수 있는 내 모습이겠구나 했다. 현지 업체에 가서 귀를 뚫었다. 액션 촬영하다가 귀가 찢어졌는데, 실제로 여성 분들은 그런 경험이 많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또 액세서리뿐만 아니라 의상에 대해서도 "의상 실장님이 처음 옷을 가져오셨을 땐 '이게 말이 되나' 싶었는데, 막상 현지에 가보니까 말이 되더라. 내가 과하다고 생각했던 점들이 과하지 않고 적당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사진 제공=하이지음스튜디오스페인어를 처음 공부하면서 느낀 점들도 이야기했다. 송중기는 "스페인어를 배우면서 너무 재밌었다. 프로덕션 당시 나보다 5살 어린 친구가 가르쳐줬는데, 그 친구는 한국에서 태어나 아기 때부터 콜롬비아에서 오랫동안 살았다고 하더라"라며 "스페인어 특유의 리듬이 나랑 잘 맞았다. 계속 공부하다 보니까, 재미가 생겨서 욕심이 나더라. 보고타에서 촬영이 없는 날에도 현지 스태프들과 현지 분들에게 뭐라도 조금 더 얻어가려고 했다. 그 이후엔 집에서도 자연스럽게 와이프와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있고, 조금씩 공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화 개봉에 앞서 송중기는 둘째 딸 출산 소식을 전하며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았다. 지난해 1월 영국 배우 출신 케이티 루이스 사운더스와 결혼해 첫아들을 품에 안았던 그는 연년생 남매의 아빠가 된 소감을 전했다. "딸이 태어났을 때 처음 안으니까, 남자애와 다르더라. 갓난아기인데도 무슨 차이가 있는지 품에 확 안기더라.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지금 아이가 건강하게 잘 크고 있고, 와이프도 출산하고 잘 회복하고 있다. 와이프가 아직 '보고타'를 못 봐서 회복하고 나서 나중에 볼 예정이다. 내가 요즘 영화 홍보 스케줄을 하고 있고, 천우희 씨와 '마이 유스'를 촬영 중이다. 고맙게도 와이프가 너무 많은 응원을 보내주고 있다. 아이가 태어난 만큼, 아빠로서 배우로서도 책임감이 더 커졌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사진 제공=하이지음스튜디오마지막으로 '보고타' 흥행에 대한 부담감을 묻자, 그는 "당연히 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제작비가 100억인데, 이게 내 돈이면 손해 보는 것도 나니까 크게 신경을 안 썼겠지만, 다른 분들이 투자해 주신 돈으로 만든 영화이지 않나. 또 주인공 역을 맡아서 돈을 받고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내 욕망만 담으면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나쁜 짓도 하면 안 되고,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하는 것도 안 된다"면서 "결론적으로는 성적을 너무 내고 싶지만, 매번 원하는 대로 이뤄질 수는 없는 거라고 느낀다"고 털어놨다.
송중기는 지난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데뷔, 어느덧 16년 차 배우가 됐다. 그는 "대학교를 다니다가, 26살 늦은 나이에 데뷔했다. 가끔 인터뷰를 하다 보면 성균관대학교 동기도 만나고 한다. 친구들 다 군대 다녀와서 복학하고, 빨리 졸업한 친구들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나이였다. 근데 난 군대도 안 가고 연기하고 싶다고 보조출연부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안정적인 선택을 안 했다. 공부 열심히 시켜서 좋은 대학에 보내놨더니, 갑자기 배우한다고 하니까 어머니께서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셨겠나(웃음). 안정적인 길로 갈 거면 친구들과 함께 언론고시를 봤을 거다. 그때 감사하게도 주인공 역할이 들어올 시기였는데,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 출연했다. 작품 자체가 너무 좋았고, 뭔가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 계기로 부족하지만 경력이 쌓여도 나답게 작품 선택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