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자락, 마음 속 깊이 남은 꿈을 비출 영화들이 찾아온다. 조국 독립의 꿈을 위해 헌신했던 안중근 의사와 독립군들의 이야기를 그린 ‘하얼빈’이 관객들을 만난다. 이루지 못 오랜 꿈에 아파하는 청춘의 자화상을 담은 ‘오랜만이다’와 저마다의 방식으로 열정에 불을 지피는 여성들의 이야기 ‘호리아’도 각각 공개된다.
■하얼빈=1908년 함경북도 신아산에서 안중근이 이끄는 독립군들은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둔다.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은 만국공법에 따라 전쟁포로인 일본인들을 풀어주게 되고, 이 사건으로 인해 독립군 사이에서는 안중근에 대한 의심과 함께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1년 후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안중근을 비롯해 우덕순, 김상현, 공부인, 최재형, 이창섭 등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마음을 함께하는 이들이 모이게 된다. 이토 히로부미가 러시아와 협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한다는 소식을 접한 안중근과 독립군들은 하얼빈으로 향한다. ‘늙은 늑대를 처단하라’…독립군의 작전 내용을 입수한 일본군들 역시 추격에 나서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 1909년 10월 26일에 다다른다. 하얼빈역에서 울려 퍼진 총성. 이토 히로부미가 사망하며 하얼빈을 향한 단 하나의 목표가 이뤄졌다. 목숨을 바쳐 조국의 미래를 밝힌 이들의 발걸음을 영화는 묵묵히 따라간다. 안중근이라는 한 인물에만 초점을 두지 않고, 극중 인물 모두의 삶에 조명을 비추며 앞서간 이들의 피로 세운 오늘을 되돌아 보게 한다. 비장하고 고독한 여정을 따라 역사는 다시 한번 말한다. “불빛을 들고 나가야 한다.” 15세 관람가. 114분.
■오랜만이다=33살, 줄곧 오디션에 떨어지던 ‘연경’은 음악을 포기하기로 마음먹는다. 중학교 시절 라디오 경연대회에서 노래를 불렀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줄곧 가수라는 꿈을 쫓아왔지만 이제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어느 날, 연경은 고등학교 시절 함께 음악을 만들었던 친구 ‘현수’로부터 한 통의 편지와 기타를 받게 된다. 사실 현수는 연경과 함께 같은 꿈을 꾸던 친구이자, 첫사랑이다. 그런 그의 편지로 연경은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현수를 만나 오랜 꿈을 정리하기로 한다. 그렇게 음악을 사랑하던 시절의 추억이 담긴 월미도로 여행을 떠난 두 사람. 하지만 현수의 진심어린 위로와 계속되는 설득으로 연경은 또 다시 흔들린다. ‘꿈에도 마지노선이란 게 존재하는 걸까?’ 영화를 관통하는 질문을 내내 곱씹던 두 청춘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사랑에 웃고 꿈에 울었던 젊은날을 거쳐간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힐링 뮤직 로맨스가 시작된다. 12세 관람가. 96분.
■호리아=발레 댄스에 열정을 가지고 알제리 국립 발레단에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발레를 연습하던 ‘호리아’. 부족한 학원비를 채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던 그는 불법 양싸움 도박장에서 돈을 걸고 도박을 해서 적지 않은 돈을 벌어 들인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호리아의 돈을 노린 강도로 인해 그녀는 계단에서 굴러 큰 부상을 겪게 된다. 몸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발레리나에게 부상이란 꿈을 접어야 할 수도 있는 일생 일대의 위기. 절망에 빠져 자책하던 호리아는 병원에서 만난 비슷한 상황을 겪은 다른 여성들을 만나 조금씩 희망을 되찾아 간다. 영화는 호리아를 통해 알제리의 사회적, 정치적 현실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연대를 이어간 여성들의 강인함을 그린다. 역경에 굴하지 않고, 끊임 없이 도전하며 성장하는 이들의 모습은 춤의 열정과 맞닿아 진한 감동을 전한다. 저마다의 꿈을 지키기 위해 반짝이는 방법을 찾아내는 그녀들의 여정에 함께 해본다. 12세 관람가. 98분.